Thursday 3 November 2011

한미 FTA 독소조항 간단 정리 - 비판적 분석

요즘 인터넷에 '한미 FTA 독소조항 간단 정리'라는 제목의 글이 퍼지고 있다. 이미 외교통상부는 이 주장을  '소위 독소조항에 대한 반론'을 통해 신나게 뭉갠 적이 있다. 독소조항을 정리한 분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도 그럴 것이 협정문과 맞지 않는 잘못된 주장이 많기 때문이다. 협정문에 따른 정확한 근거없이 이런 주장을 펴면, 정당한 문제제기까지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몰릴 수 있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간단하게 살펴본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1. 래칫조항(톱니바퀴의 역진방지장치)

낚시할 때 쓰는 미늘 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즉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다. 선진국 및 산업국가사이의 FTA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소조항 중 하나이다.
< 예 >
-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 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인간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함
-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전기, 가스, 수도 등이 민영화 된 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교육 및 문화 분야가 사유화 된 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비판

래칫조항(역진방지조항)은 협정문 2곳에 규정되어 있다(제11.12조 제1항 다호 및 제12.6조 제1항 다호). 그런데 역진방지조항은 협정문의 <부속서 I>의 유보목록에 기재된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부속서 I>은 현재유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 중 협정상의 의무와 합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유보를 했다는 말은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로 보류했다는 의미이므로 현재유보에 기재되어 있는 공공정책은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그대로 시행할 수 있다

다만 현재유보에 기재되어 있는 공공정책은 규제를 한 번 풀면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제한(이른바 역진금지(ratchet)’)이 따른다. 예를 들어 현행 영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상영관 경영자는 연간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수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바로 스크린쿼터인데, 영화상영 서비스에 진출한 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로 협정 위반이다. 그런데 <부속서 I>에서 대한민국 내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각 상영관에서 연간 73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유보를 달았기 때문에, 비록 협정 위반이지만 한국은 스크린 쿼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협정에서 유보한 73일을 현행 법령에서 50일로 줄이면 다시는 73일로 되돌릴 수 없다(역진금지 조항 때문에).

따라서 <독소조항 간단 정리>에 열거한 사례들이 역진금지에 걸리는지를 확인하려면 <부속서 I>에 나열되어 있는 유보목록을 검토해야한다.  <부속서 I>의 47개 유보목록 중 위 사례에 직접 해당하는 것은 없다.

다만 영리병원, 전기, 가스, 수도 민영화, 교육 및 문화 분야 사유화 후 이를 되돌리기 힘든 것은 맞지만, 이는 역진금지 조항 때문이 아니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2. 서비스시장의 네거티브방식 개방 (Negative List)

개방해야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포지티브방식-Positive)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시장은 무조건 모두 개방해야 한다.
< 예 >
- 온갖 도박장, 섹스산업, 피라미드판매업 등 미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에 마구 들어오게 될 때 군말 없이 이것들을 수용해야 됨.

비판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는 방식이 개방제외목록 열거방식(negative list)인 것은 맞지만, 도박장이나 섹스 산업이 들어올 때 군말없이 다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3.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 (Future MFN Treatment)

미래에 다른 나라와 미국보다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 FTA에 소급 적용하는 조항이다.
< 예 >
-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콩이나 보리를 개방했을 경우, 원래 한미 FTA에는 없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게 개방해야 됨.

비판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에 대한 설명은 맞지만, 예를 잘못 들었다. 미래 MFN은 상품 분야에는 적용되지 않고 서비스와 투자에만 적용된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4. 투자자 - 국가제소권 (ISD)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 및 초국적기업이 승리)
한마디로 초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 확대를 위하여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독소조항이다,
< 예 >
- 이 제도로 인해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은 국내에서 재판받을 필요가 없음
- 오스트리아 등 미국과 FTA를 추진하거나 맺은 국가들 대부분은 이 독소조항을 채택하지 않았음
- 한국과 유럽의 FTA에 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음
- 대한민국의 헌법상의 주권 국가의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짐
- 한국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게 됨

비판
공공정책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대부분이 ISD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5. 비위반 제소

FTA협정을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시정조치 등 자본이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기대하는 이익’을 못 얻었다고 판단되면 국제민간기구에 상대정부를 제소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 예 >
- 자본이나 기업이 자신들의 경영실수로 기대이익을 못 얻었을 경우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할 수 있음.
-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해서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타낼 수 있음.

비판
비위반 제소는 협정 위반이 없는 경우에도 분쟁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설명은 맞지만, 이 분쟁을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은 잘못되었다. 비위반제소는 국가 대 국가간 분쟁해결 절차를 따라야 한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6. 정부의 입증 책임 (necessity test)

국가의 정책, 규정 등 상대 국가는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하는 책임‘을 지는 조항이다.
< 예 >
-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의 광우병쇠고기 반대여론 같은 경우, 과학적 입증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임
-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의 국제적 위상이 취약함

비판
너무 막연한 설명이라 애매한데, 분쟁의 경우 입증책임은 분쟁을 제기하는 자가 지는 것이 원칙이고, 분쟁제기에 대해 해당 사안이 공공정책으로 유보되었거나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국가가 져야 한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7.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상대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조항이다.
< 예 >
-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은 토지공개념 등 사유를 제한하는 공동체적 법제를 가지고 있음(미국은 한국과 정반대)
그러나 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모든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됨
- 한미FTA가 한국정부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상위법인양 해석 되게 됨
-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명무실 해질 위험이 있음

비판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 의무는 우리 헌법의 수용 보상 개념과 맞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8.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상대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비설립권 조항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불법사실을 처벌할 없게 된다.
< 예 >
- 미국은 각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FTA이행법”을 만들었음: 이법에서“미국법률에 저촉되는 모든 FTA규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미국인에게 무효다”라고 선언했음(미국에서는 FTA가 단순한 행정협정 일뿐임)
- 한국정부는 한미FTA에 저촉되는 한국의 모든 법(30여개)을 고치려고 함(한미FTA가 조약이며 법률이라고 주장함)

비판
서비스를 제공할 때 국내에 영업소가 있어야 하는지 없어도 되는지는 개방되는 분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을 독소조항으로 꼽기는 어렵다.

그리고 미국 이행법에서 한미 FTA를 미국 연방법 아래에 둔 것은심각한 문제이지만, 이것은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과 무관하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9. 공기업 완전민영화 &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철폐

한국의 공적이며 독점적인 공기업을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들에게 맛좋고 수월한 사냥감으로 던져주는 조항이다.
< 예 >
- 의료보험공단, 한전, 석유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KBS, 중소기업은행, 도시가스, 수도공사, 우체국, 주택공사, 지하철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 :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에게 넘어가 사유화 될 가능성이 농후함.
- 수도요금, 전기료, 지하철요금, 가스요금, 의료보험료 등이 대폭 인상되게 됨으로써 서민경제가 파탄 나게 됨

비판
공공서비스에 대한 우리 정부가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할수 있다는 정부측 해명도 잘못되었지만, '독소조항 간단 정리'에 나열되어 있는 민영화는 협정문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되어 있지 않다. 다만, 공공서비스를 일단 민영화하면,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10.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Trips+)

미국의 특허권자가 한국 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지적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 예 >
- 고가의 오리지널 약보다 값싸고 효과 좋은 카피약사용 불가능
- 미국의 경우 완벽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도 성인 1인당 1달에 70만원(700$)의 약값을 지출함(4인 가족기준 월200만원2000$지출)
- 카페, 블로그 , 개인 홈피 등 지적재산권 문제로 엄청난 분쟁을 겪어야 함

비판

협정문의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 특허권자가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은 사실과 맞지 않다.

협정문의 지적재산권 조항을 그대로 이행하면 앞으로 값싼 약의 공급이 어려워지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설명은 맞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11.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한국금융시장이 국제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게 하는 조항이다.
< 예 >
-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내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됨.
-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의 주식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됨
-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로 많은 중소기업이 떼부도를 맞게 됨
- 사채 이자율 제한이 없어지고 사채천국이 됨

비판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약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주식을 100% 보유할 수 있다거나 사채 천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협정문에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독소조항 간단 정리'  12. 스냅백 조항 (snapback)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자동차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 관세혜택을 언제든지 임의로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 예 >
-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 되고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내몰리게 됨

 비판

스냅백 조항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맞지만, 이로 인해 한국경제가 '막장'으로 내몰린다는 주장은 논리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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