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9 November 2011

고발장 - 한미 FTA 통상교섭본부장 직무유기

오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문서는 여기에: 고발장, 고발인 명부, 증거서류, 고발접수증).

고발사실의 요지

피고발인은 정부조직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통상교섭사무를 총괄하는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이 사건「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하여 미국은 협정 그 자체의 국내 적용을 부정하고 이행법을 통해서만 협정이 미국내에 적용되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협정 이행을 위해 미국 국내법을 제대로 개정하는지 여부는 피고발인이 성실하게 조사하고 이를 국회와 국민 그리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직무상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은 미국 국내법 개정 현황을 알 수 있었던 2007년 8월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또는 포기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가 헌법 제73조에 따라 이 사건 협정의 체결 ‧ 비준 동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고, 협정의 이해당사자들이 협정 발효에 적절하게 대응할 기회를 박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조약 체결 ‧ 비준권 행사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고발인들이 불과 며칠 동안 조사한 바에 의하더라도, 미국은 저작권법 제101조, 제1201조(a)(2), 미국 형법 제2318조, 미국 연방배상법 제1346조를 개정하여야만 이 사건 협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피고발인이 사전에 미리 조사하여 미국측에 요청하고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하였어야 하는데, 이러한 직무를 인식조차 못하고 직무 수행을 의식적으로 방임 내지 포기한 피고발인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의무를 정면으로 저버린 것이므로 형법 제122조에 따른 처벌을 면할 수 없습니다.

고발의 근거: 미국이 협정 이행을 위해 개정해야 하는 법률

가. 협정 제18.4조 제1항과 미국「저작권법」제101조: 일시적 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영구적인 복제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복제 행위에도 저작권이 미치도록 할 의무를 한미 양 당사국에 부여하였습니다. 즉, 협정 제18.4조 제1항은 “각 당사국은, 저작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가 어떠한 방식이나 형태로,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을 포함한다), 그의 저작물·실연한 음반 및 음반의 모든 복제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한다.”고 하여 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도 저작자 등의 권리(복제권)에 포함시키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2011년 11월 22일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저작권법」개정안은「저작권법」제2조 제22호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여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켰습니다. 

제2조 제22호: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런데「한미 자유무역협정」상대국인 미국은 일시적 저장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한미 자유무역협정」이행법에는 미국「저작권법」과 관련된 어떠한 개정 조치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국 행정부의 행정조치성명은 협정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함에 있어서 법률상 또는 행정상 변경은 필요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미국 행정부는 협정 제18.4조 제1항에 따른 의무 이행을 위해 미국「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미국 의회 역시 이행법 제101조에서 이 행정조치성명을 승인함으로써, 미국「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이러한 태도는 협정 제18.4조 제1항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저작권법」은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개념에 명확하게 포함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저작권법」은 복제 행위를 직접 정의하지 않고, “복제물(copies)”과 “고정(fixation)”이라는 2개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복제권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저작권법」제101조에 따르면, “복제물”은 저작물이 고정된 유형물(material objects)을 말하고, “고정”이란 “저작물의 복제물에 대한 구현(embodiment)이 충분히 영구적이거나 안정적이어서 잠시 지속되는 것 이상의 기간(a period of more than transitory duration) 동안 그 구현을 지각하거나, 복제하거나, 기타 전달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증 제8호)[1]. 

[1] “Copies” are material objects, other than phonorecords, in which a work is fixed by any method now known or later developed, and from which the work can be perceived, reproduced, or otherwise communicated, either directly or with the aid of a machine or device. The term “copies” includes the material object, other than a phonorecord, in which the work is first fixed. 
A work is “fixed” in a tangible medium of expression when its embodiment in a copy or phonorecord, by or under the authority of the author, is sufficiently permanent or stable to permit it to be perceived, reproduced, or otherwise communicated for a period of more than transitory duration. A work consisting of sounds, images, or both, that are being transmitted, is “fixed” for purposes of this title if a fixation of the work is being made simultaneously with its transmission. 

요컨대, 미국「저작권법」제101조의 “고정”은 2개의 요소로 이루어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각, 복제, 전달’ 요소(이를 ‘PRC 요소’(perceived, reproduced or otherwise communicated test)라고도 합니다)이고, 다른 하나는 ‘기간 요건’ 입니다. 여기서 ‘기간 요건’은 저작물의 구현이 잠시 지속되는 것에 불과한 경우는 고정 개념에서 제외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조항에 대한 개정이 있었던 1976년 미국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저작물의 “고정” 개념에 ‘기간 요건’을 삽입한 의도는, 텔레비전의 화면에 잠시 투사되거나 컴퓨터의 메모리에 순간적으로 저장되는 경우와 같이 쉽게 사라지거나 잠깐 지속되는 복제를 제외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증 제9호). 이러한 ‘기간 요건’을 두지 않고, ‘PRC 요소’만으로 “고정” 개념을 정의하면, 가령 거울에 저작물이 비치는 경우에도 저작물이 고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간 요건’에서 말하는 “잠시 지속되는 것 이상의 기간”이 양적으로 얼마의 기간을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불명확성에 불구하고, 미국「저작권법」제101조는 문자 그대로 일시적이기만 한 복제는 문언상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저작권법」제101조를 문언과는 다르게 해석하는 듯한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즉, 미국 연방법원은 1993년에 컴퓨터의 램(RAM)에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로딩하는 것도 미국「저작권법」제101조에서 말하는 복제물의 생성이라고 판결하였습니다(MAI Systems Corp. v. Peak Computer, Inc., 991 F.2d 511(9th Cir. 1993). 이후 미국 법원은 이 MAI 판결을 지지해왔고, 그래서 미국「저작권법」은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인정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 미국 연방고등법원은 이러한 해석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법원은 저작물이 버퍼 메모리에 1.2초 동안만 저장되는 것은 미국「저작권법」제101조에서 말하는 “고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MAI 판결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Cartoon Network, LLLP v. CSC Holdings, Inc., 536 F.3d 121 (2d Cir. 2008), 증 제10호). 이 사건은 피고가 방송 콘텐츠를 웹하드에 저장해 두고 이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에 관한 저작권 침해 사건입니다. 피고는 방송 콘텐츠를 버퍼 메모리에 순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저장했는데, 방송 콘텐츠는 버퍼 메모리에 1.2초 이상은 저장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것이 복제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연방지방법원은 MAI 판결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였지만, 연방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1심 재판부는 “고정” 개념을 판단할 때 ‘기간 요건’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미국 법원은「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의무화하는 일시적 저장(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 포함)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저작권법」제101조의 “고정” 개념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협정 제18.4조 제1항의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을 포함한다)” 구현된 것도 고정 개념에 포함되도록 미국「저작권법」제101조를 개정하여야 합니다. 

나. 협정 제18.4조 제7항과 미국「저작권법」제1201조: 기술적 보호 조치 

(1) 협정문의 문구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한국어본) 7. 가. 저작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가 자신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사용하고 그의 저작물․실연 및 음반과 관련한 허락받지 아니한 행위를 제한하는 효과적인 기술조치의 우회에 대하여 충분한 법적 보호와 효과적인 법적 구제를 제공하기 위하여, 각 당사국은 다음의 인이 제18.10조 제13항에 규정된 구제에 대하여 책임이 있고 그 적용대상이 되도록 규정한다. 
1) 보호되는 저작물 ․실연․음반 또는 그 밖의 대상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기술조치를, 알면서 또는 알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권한 없이 우회하는 인, 또는 
2) 다음의 장치․제품 또는 구성품을 제조, 수입, 배포, 공중에게 제의, 제공 또는 달리 밀거래하거나, 다음의 서비스를 공중에게 제의하거나 제공하는 인 
가) 효과적인 기술조치의 우회를 목적으로, 그 인이, 또는 그 인과 협력하여 그리고 그 인이 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행동하는 다른 인이 홍보․광고 또는 마케팅하는 것 
나) 효과적인 기술조치를 우회하는 것 이외에는 제한적인 상업적 의미가 있는 목적 또는 용도만 있는 것, 또는 
다) 효과적인 기술조치를 우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고안․제작되거나 기능하는
각 당사국은, 비영리 도서관, 기록보존소, 교육기관 또는 공공의 비상업적 방송기관 이외의, 어떠한 인이 고의로 그리고 상업적 이익 또는 사적인 금전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위의 행위 중 어느 하나에 관여한 것으로 판명되는 때에 적용될 형사 절차 및 처벌을 규정한다. 그러한 형사 절차 및 처벌은, 침해에 대하여 적용가능한 대로 제18.10조 제27항의 가호․나호 및 마호에 열거된 구제 및 권한을 그러한 행위에 준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영어본) 

7. (a) In order to provide adequate legal protection and effective legal remedies against the circumvention of effective technological measures that authors, performers, and producers of phonograms use in connection with the exercise of their rights and that restrict unauthorized acts in respect of their works, performances, and phonograms, each Party shall provide that any person who: 
(i) knowingly, or having reasonable grounds to know, circumvents without authority any effective technological measure that controls access to a protected work, performance, phonogram, or other subject matter; or 
(ii) manufactures, imports, distributes, offers to the public, provides, or otherwise traffics in devices, products, or components, or offers to the public or provides services, that: 
(A) are promoted, advertised, or marketed by that person, or by another person acting in concert with, and with the knowledge of, that person, for the purpose of circumvention of any effective technological measure; 
(B) have only a limited commercially significant purpose or use other than to circumvent any effective technological measure; or 
(C) are primarily designed, produced, or performed for the purpose of enabling or facilitating the circumvention of any effective technological measure, 
shall be liable and subject to the remedies set out in Article 18.10.13.13 Each Party shall provide for criminal procedures and penalties to be applied when any person, other than a nonprofit library, archive, educational institution, or public noncommercial broadcasting entity, is found to have engaged willfully and for purposes of commercial advantage or private financial gain in any of the foregoing activities. Such criminal procedures and penalties shall include the application to such activities of the remedies and authorities listed in subparagraphs (a), (b), and (e) of Article 18.10.27 as applicable to infringements, mutatis mutandis

(2) 미국「저작권법」제1201조(a)(2) (증 제11호) 

§ 1201. Circumvention of copyright protection systems 
... 
(2) No person shall manufacture, import, offer to the public, provide, or otherwise traffic in any technology, product, service, device, component, or part thereof, that— 
(A) is primarily designed or produced for the purpose of circumventing a technological measure that effectively controls access to a work protected under this title; 
(B) has only limited commercially significant purpose or use other than to circumvent a technological measure that effectively controls access to a work protected under this title; or 
(C) is marketed by that person or another acting in concert with that person with that person’s knowledge for use in circumventing a technological measure that effectively controls access to a work protected under this title. 

(3) 현행「저작권법」제104조의2 제2항 

②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 없이 다음과 같은 장치, 제품 또는 부품을 제조, 수입, 배포, 전송, 판매, 대여, 공중에 대한 청약, 판매나 대여를 위한 광고, 또는 유통을 목적으로 보관 또는 소지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목적으로 홍보, 광고 또는 판촉되는 것 
2.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 외에는 제한적으로 상업적인 목적 또는 용도만 있는 것 
3.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고안, 제작, 개조되거나 기능하는 것 

(4) 11월 22일 개정된「저작권법」 

여기에는「저작권법」제104조의2에 대한 개정 내용이 없습니다. 

(5) 미국「저작권법」제1201조(a)(2)가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

「한미 자유무역협정」제18.4조 제7항 가호 2목은 기술조치의 우회 그 자체에 관한 조항이 아니라, 기술조치의 우회를 위한 장치‧서비스에 관한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3가지 유형의 장치‧서비스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먼저,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 2목 가)는 기술조치의 우회를 목적으로 홍보‧광고 또는 판촉되는 장치‧서비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미국「저작권법」제1201조(a)(2)(C)에서는 장치‧서비스의 대상이 협정보다 더 좁습니다. 왜냐하면, 첫째, 미국「저작권법」은 ‘기술조치의 우회 목적’이 아니라, ‘기술조치 우회에 사용’이란 표현을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협정의 ‘기술조치의 우회 목적’은 미국「저작권법」에 규정된 ‘기술조치 우호에 사용’보다 적용범위가 더 넓습니다. 둘째, 협정에는 ‘홍보‧광고 또는 판촉’이란 3가지 행위가 열거되어 있는데, 미국「저작권법」에는 ‘판촉’ 하나만 열거되어 있습니다. 협정문에는 ‘홍보’, ‘광고’, ‘판촉’이 각각 어떤 의미인지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3가지 행위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협정의 관련 규정은 미국「저작권법」에서 유래한 것이고, 미국「저작권법」에는 열거되어 있지 않은 ‘홍보’, ‘광고’를 협정문에 추가하였다면, 이는 양국 협상단들이 미국「저작권법」과는 달리 해당 조항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협상 의도와 부합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 2목 다)는 기술조치를 우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고안‧제작되거나 기능하는 장치‧서비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미국「저작권법」제1201조(a)(2)(A)는 기술조치의 우회를 주목적으로 고안‧제작된 장치‧서비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러한 미국「저작권법」의 규정 역시 협정의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첫째, 미국「저작권법」은 ‘기술조치의 우회’만 언급하였기 때문에, 협정에서 ‘우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장치‧서비스를 모두 다 포함하지 않습니다. 둘째, 미국「저작권법」은 ‘고안 또는 제작된’ 장치‧서비스만 대상으로 하는 반면, 협정은 고안 또는 제작된 장치‧서비스 이외에 ‘기능하는(performed)’ 장치‧서비스도 포함합니다. 

미국「저작권법」제1201조(a)(2)와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 사이에 이러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점은 피고발인이 협상 당시부터 쉽게 알 수 있었어야 하는 사항입니다. 왜냐하면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의 문구는 미국「저작권법」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양자간에 차이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협상단이 자국의「저작권법」규정과는 다른 내용을 협정문안으로 제안하였다면, 이를 미국「저작권법」의 규정과 동일하게 고치자고 요구하거나, 아니면 미국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미 의회에 제출할 당시 협정문과 동일하게 미국「저작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미국측에 요청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피고발인은 이러한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이 협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자국법의 개정 사항이 무엇인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조사를 할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였기 때문입니다. 

다. 협정 제18.10조 제28항과 미국「형법」제2318조: 위조 서류 또는 포장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양 당사국이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밀거래하는 경우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의무화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에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거나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도록 고안된 위조 라벨 또는 불법 라벨을 밀거래한 경우 형사 처벌이 적용되도록 의무화하였습니다. 

즉, 협정 제18.10조 제28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여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의 밀거래 행위를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각 당사국은, 또한 최소한 다음에 대하여 알면서 행한 밀거래의 경우, 고의적인 상표위조 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형사절차 및 처벌이 적용되도록 규정한다. 
가. 음반,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문학 저작물의 복제물, 영화나 그 밖의 영상저작물의 복제물, 또는 그러한 품목을 위한 서류나 포장에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거나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도록 고안된 위조 라벨 또는 불법 라벨, 그리고 
나. 가호에 규정된 유형의 품목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 

이에 따라 2011년 11월 22일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저작권법」개정안은 제104조의5를 다음과 같이 신설하였습니다. 

제104조의5(라벨 위조 등의 금지)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 없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저작물등의 라벨을 불법복제물이나 그 문서 또는 포장에 부착ㆍ동봉 또는 첨부하기 위하여 위조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배포 또는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2. 저작물등의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받은 자로부터 허락을 받아 제작한 라벨을 그 허락 범위를 넘어 배포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다시 배포 또는 다시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3. 저작물등의 적법한 복제물과 함께 배포되는 문서 또는 포장을 불법복제물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조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위조된 문서 또는 포장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그런데「한미 자유무역협정」상대국인 미국은 모든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의 밀거래 행위에 대한 형사 절차를 적용하는 법 개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한미 자유무역협정」이행법에는 미국「형법」과 관련된 어떠한 개정 조치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행정조치성명에서는 협정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함에 있어서 법률상 또는 행정상 변경은 필요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미국 행정부는 협정 제18.10조 제28항에 따른 의무 이행을 위해 미국「형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미국 의회 역시 이행법 제101조에서 이 행정조치성명을 승인함으로써, 미국「형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협정 제18.10조 제28항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미국「형법」은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일 경우에만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형법」제2318조(c)(3)(G)는 위조 라벨 또는 불법 라벨이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는 ‘서류 또는 포장’에 대해, 이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인(copyrighted) 경우에만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미국「형법」제2318조(c)(4)는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인 경우” 이 ‘서류 또는 포장’을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사용할 때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하였습니다(증 제12호). 미국「형법」에서 ‘서류 또는 포장’에 대해 ‘저작물일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범죄를 연방 관할로 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 법무부가 2006년에 발행한『지적재산권 범죄 기소하기(Prosecuting Intellectual Property Crimes)』에 따르면,「형법」제2318조 위반에 대한 연방 관할을 인정받으려면, 위조 서류나 포장인 경우에는 그 서류나 포장 그 자체가 저작물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증 제13호 236쪽). 이에 비해 위조 라벨인 경우에는 이것이 연방법인「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품목에 부착·동봉·첨부되기만 하면 연방 관할이 성립하도록 하여, 위조 라벨과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서로 다르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법무부의 형사 매뉴얼에는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일 것’의 요건에 대해 만약 불법 복제물에 등장하는 저작권 표시(copyright notice)와는 별개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에도 저작권 표시가 있는 경우가 이 요건을 가장 분명하게 충족하는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증 제14호). 

이처럼 미국「형법」제2318조에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이냐 아니냐는 형사 절차의 적용에 결정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결국 미국「형법」제2318조는「한미 자유무역협정」제18.10조 제28항에 따른 의무보다 형사 절차의 적용 범위가 더 좁습니다. 이를 협정 상의 의무와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미국「형법」제2318조(c)(3)(G)에서 “copyrighted”란 단어를 삭제해야 하고, 제2318조(c)(4) 전체를 삭제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은 피고발인이「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할 사항입니다. 왜냐하면, 협정 제18.10조 제28항은 우리 법률이나 다른 나라 법률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오로지 미국「형법」제2318조를 근거로 하여 성립한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피고발인은 미국「형법」제2318조와「한미 자유무역협정」제18.10조 제28항이 서로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할 지위에 있었고, 이러한 차이점이 미국 이행법에서 해소되지 않았다면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이행법안을 만들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은 10월 22일, 2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그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미국「형법」제2318조와 협정 제18.10조 제28항이 실질적으로 서로 동일하다는 최석영 통상교섭대표의 발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라. 협정 제11장의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 배상 청구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어느 한 당사국이 협정 제11장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당사국 법에 따른 행정재판소나 법원에서 절차를 개시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협정 제11.18조 제2항 나호에 따르면, 어느 한 당사국의 투자자가 다른 당사국을 상대로 투자자-국가 중재(협정 제11.16조)를 청구하려면, 다른 당사국의 법원 등에서 하려고 하거나, 하고 있던 절차에 대한 권리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 이행법 제102조(c)에 따르면, 미합중국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는 소인(cause of action)을 가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는 비록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협정 제11장의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협정을 근거로는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할 수 없습니다. 만약 한국 투자자가 배상을 구하고자 할 때에는 미국 국내법에서 소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주권 면제의 원칙(doctrine of sovereign immunity)에 따라 미국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한 누구도 미국을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주권 면제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은 미 의회에 있고, 이에 따라 1946년 제정된 법률이 연방배상법(Federal Tort Claims Act) 입니다. 

「연방배상법」제1346조(b)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공무원이 직무 범위 내에서 한 과실 또는 불법적인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손해나 손실을 입은 경우 미합중국을 상대로 금전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소송에 대해서는 연방지방법원이 전속관할을 가집니다(증 제15호). 그리고 이 소송에서는 행위가 일어난 행위지의 법률 즉, 주법이 준거법이 됩니다. 

따라서「연방배상법」제1346조(b)에 따른 미국의 배상책임은 연방법과 주법 양자에 의해 제한을 받습니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하여,「연방배상법」제1346조(b)에 따른 배상과「한미 자유무역협정」제11장 위반을 이유로 한 배상 또는 보상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연방배상법」은 재산의 손실이나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 제11장에서 말하는 손실 또는 손해에 비해 청구 범위가 더 좁습니다. 협정 제11장은 적용대상투자에 대한 손실 또는 손해를 말하는데, 여기서 투자는 투자자가 직간접적으로 소유 또는 통제하는 모든 자산으로 정의됩니다(제11.28조). 

둘째,「연방배상법」은 동일한 상황에서 종업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사용자가 주법에 따라 갖는 책임의 한도 내에서만 미국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데(제2674조(a)), 협정 제11장에 따른 보상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습니다. 

셋째,「연방배상법」에 따른 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재량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제2680조(a)). 따라서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이 비록 과실을 범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공무원의 재량적 의무에 따른 행위 또는 부작위인 경우에는 미국의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연방정부 공무원의 재량 행위를 배상책임에서 면제한 이유는 행정부 공무원의 의사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사적인 불법행위 소송을 통해 개입하도록 하면,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판단을 법원이 사후 비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재량 행위 면제에 대한 제한은 미 의회가 제정한 일부 법률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넷째,「연방배상법」은 연방정부 공무원의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연방정부와의 계약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제2671조). 이에 비해 협정 제11장은 연방정부나 주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비정부 기관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제11장의 의무가 적용되도록 합니다(제11.1조 제3항 나호). 

이처럼「연방배상법」에 따른 배상의 범위가 협정 제11장에 따른 보상의 범위와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행법에서 협정 제11장(투자)과 관련하여 제106조 한 조항만 두면서, 그것도 협정 제11장에 따른 투자자-국가 분쟁 절차에서 미국이 피청구국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만 규정하였을 뿐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협정 제11장을 위반하는 미국 연방정부, 주정부 등의 조치로 인해 한국 투자자가 손해 또는 손실을 입었을 때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국내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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